거울의 기록 - 첫 번째 거울의 기록 1

시류始流 1 365 2010.07.17 20:05
“하아…하아….”
 인적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산길. 그러한 산길을 남매는 달리고 있었다. 
 아니, 원래부터 길은 없어서 그들은 풀을 헤치며, 나무뿌리를 박차며 달렸다.
 오 분여를 더 달렸을까? 마침내 체력이 다한 남매는 공터가 나타나자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털썩―
 “하아, 하아. 더 이상은 못가겠어―. 이브, 주위에 마력반응은?”
 갈색 머리의 소년은 자신의 동생―사실 누가 동생인지도 알 수 없지만 이제까지 그렇게 불렀다―에게 말을 걸었다. 갈색 머리의 소녀는 잠시 숨을 고른 뒤, 소년에게 대답했다.
 “휴우. 이 주변에서 딱히 마력반응이 느껴지진 않아.”
 “다행이구만. 해도 졌으니 여기에서 쉴 수 있겠어―”
 소년은 말을 늘였다. 쉴 수는 있겠지만, 잠들 수는 없다. 분명 잠이 드는 순간, 자신의 몸은 또다시 알 수 없는 곳으로 향하리라.
 그렇게 잠들지 못한 게 벌써 이틀째다. 소년은 눈꺼풀이 무거워짐을 느꼈다. 며칠 동안 잠을 자지 않은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그게 조금씩 누적되어 움직이기 힘들 정도가 되었다.
 “뭐해? 졸려?”
 옆에서 소녀가 말을 걸어왔다. 소년은 힘없이 대꾸했다.
 “존칭은 바라지도 않으니 적어도 오빠라고 불러주면 안되겠더냐.”
 “흥, 어차피 누가 윗줄이고 아랫줄인지도 모르잖아. 태어날 때의 일을 기억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의 탄생을 지켜본 생모가 있는 것도 아니고.”
 “쩝. 그래도 고아원에서는 나를 오빠라고 해줬는데 말이야.”
 13살 밖에 되지 않은 남매가 고아원을 나올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남매가 잠을 자고 눈을 떴을 때, 그 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던 것이다.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었던 듯.
 근처에 있는 도시에는 고아원의 심부름으로 몇 번 가보았기에 면식이 있는 사람들을 찾아가 보았지만, 그들은 고아원이 있었다는 것뿐만 아니라, 남매가 누구인지도 기억하지 못했다. 남매가 잠들어 있던 동안, 남매를 기억하고 있는 자들은 자신들 밖에 남지 않았다.
 그때부터였다.
 소년이 잠이 듦과 동시에, 하나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게 된 것은.
 처음에는 별 일이 없었다. 그저 짧은 말소리가 울려 퍼졌을 뿐이다.   
 “아이야.”
 그리고 그 다음날 꿈을 꿀 때는 말이 좀 더 길어졌다. 
 “나의 아이야.”
 그리고 몇 번의 밤이 지나자 말하고자 하는 것이 확실해졌다. 
 “나의 아이야. 부디 대륙의 서쪽으로 와주렴. 그 많은 언덕을 건너 나에게 찾아오렴. 모든 거울이 빛을 발할 때 너는 나를 만나게 될 것이란다.” 
 그리고 다시 몇 밤이 지났다.
 “부디 나를 만나러 와 주렴.”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묘한 목소리. 그 목소리가 들리지 않게 된 다음날부터, 소년이 잠이 드는 순간 그의 몸은 소년의 통제를 벗어났다.
 소년이 잠이 깨면, 소년과 소녀는 알 수 없는 곳에 있었다.
 소년은 별 일이 아니라 생각하고 다시 소녀와 함께 서쪽으로 움직였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어디로든 가려고 마음먹으면 발걸음은 서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며칠 후 자신의 몸이 통제를 벗어난 것을 깨달았을 때, 게다가 자는 동안 움직이는 곳이 계속 서쪽이 아닌 다른 곳을 향하는 것을 알았을 때, 소년은 마음먹었다. 더 이상 꿈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오진 않았지만, 자신의 동생과 함께 꿈속에서 들려온 장소로 향하겠다고.
 답은 아주 쉬웠다.
 수많은 언덕이 존재하는 곳.
 흔히 대륙의 서쪽 끝이라 불리는 프로인 공국.
 그리고 그러한 공국의 영토에서도 서쪽 끝자락에 해당하는 데우스 산맥.
 소년은 자신이 고아원에서 읽은 동화를 생각해 내었다. 그리고 생각하였다.
 혹시 자신을 ‘거울의 성’으로 부르려는 것이 아닐까. 
 그저 허무맹랑했던 이야기가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소년에겐 들기 시작했다. 거울의 성 이야기가 아무리 허무맹랑해도, 자신에게 일어난 일도 남에겐 충분히 허황되게 들릴 테니까.
 고아원은 이미 사라졌다. 자신들이 있을 곳은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
 그리고 우리들을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소년은 혹시나 하여 소녀에게 물어보았다. 혹시 자신과 같은 꿈을 꾸지 않았느냐고.
 하지만 소녀는 최근 들어 아무런 꿈도 꾸지 않았다 하였다.
 소년은 자신들이 잠에서 깨면 이상한 곳에 가 있는 것이 자신 때문인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 날부터 소년과 소녀는 서쪽을 향해 끝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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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Staut2 2010.07.17 20:10
건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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