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크루아(LACKRUAH) 1-1

소카진 3 685 2006.08.05 11:03
LACKRUAH(라크루아)

 제 1장 

 죽음과 맞닿은 땅...


 1.

 일상의 여느 때와 같은, 어느 날... 

 한창 장마기간이라 비가 내리고 있었다. 교실 밖 창문너머로 빗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모두가 수업을 듣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소녀는 유독 창밖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소녀는 창밖너머로 무언가 일어나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그것은 굉장한 변혁 같은 것이 아니라, 단지 그녀 자신이 좋아하는 천둥과 번개가 하늘을 뒤흔들 정도로 내리치는 것이었다. 그러나 수업 중반에 접어들면서 빗줄기는 점차 줄어들어 먼 하늘 저편에서부터 하늘이 개는 것이 보였다.
 
 이윽고, 수업을 마치는 종소리가 난 후 선생님이 자리를 뜨자마자 아이들은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소녀도 짐을 꾸렸지만 시선만은 여전히 창가를 곁눈질하며 실망하고 있었다.
 
   ‘결국 번개는 못 봤네... 시시하게...’

 소란한 통에 들어온 담임선생님이 뭔가 주의사항을 전하는 것 같았지만 다들 듣는 둥 마는 둥했다. 이내 포기한 선생님이 교실을 나가자, 아이들은 썰물이 빠지듯이 서둘러 교실을 벗어났고 소녀도 그들과 함께 교실을 빠져 나갔다. 그리고 교실을 나온 지 몇 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이미 교문에 가까워져 있었다.

 비는 이제 거의 오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소녀는 계속해서 우산을 쓰고 갔다. 그래서 소녀의 주변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던 아이들이 점차적으로 사라져 갔지만, 전혀 알아차릴 수 없었다. 그렇게 또 몇 분이 흘렀다. 그리고 주변의 발소리가 하나도 없어진 후에야 소녀는 그 길에 자신만이 걷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뭐야... 왜 아무도 없지? 같은 방향으로 가는 애들이 분명 더 있을 텐데...’

  “이상하네...”

 소녀는 생각의 끝에 무심코 입 밖으로 낸 소리에 다시 한 번 생각에 빠진다. 집에 가던 중 군것질이라도 하러 갔을 수도 있고 다른 볼일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사정없이 조용한 이 길이 너무나도 낯설게 느껴졌다. 길의 곳곳에 상점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불빛도 보이지 않았다.

  “정전인가...?”

 비가 오면 정전이 되는 경우도 종종 있으니까, 소녀는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말소리도 새소리도 자동차 소리도... 그 어떤 소리도 나지 않은 채,  조용하기만 한 이 거리가, 매일 지나다니던 그 길이 아닌, 다른 곳이 되어버린 것처럼 낯설어져서 소녀는 덜컥 겁이 났다.  ‘빨리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서둘러 걸었다.

 하지만 그 순간 소녀는 전에는 한 번도 듣지 못한 찢어질듯 한 소리를 듣고 말았다. 말로써 표현하기 힘든 그 소리는 온몸의 감각을 마비시키는 듯했기 때문에, 소녀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귀를 막았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다. 어디서부터 전해져오는 것인지 무엇이 내고 있는 소리인지도 모른 채, 소녀는 고막이 터질 것 같은 괴로움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괴로웠던 탓인지 눈물이 나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소리는 귀를 통해 들리는 것 같지는 않았다. 이상하게도 귀보다도 머리가 더 아팠다. 귀도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뭔가의 소리가 머릿속에서 계속 울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던 중 소녀는 갑자기 속이 메스꺼워져서 평소 같으면 어떻게든 참았을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점심때 먹은 밥알과 반찬들이 뭉개진 형태로 질척한 액체와 함께 잔뜩 쏟아져 나왔다. 소녀는 자신이 토해낸 것에 대한 역겨움에 구역질을 해댔다.

  “우웨-엑! 우웨-엑!”

 구역질을 하고 있을 때 즈음엔 이미 소리는 멈추어 잠잠해져 있었다. 소녀는 더 이상 나올 것이 없어진 후에도 한참동안 구역질을 했고, 그로 인해 정신이 몽롱해졌다. 손도 발도 저려왔다.

 이제는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워낙 큰 소리였기 때문에 아직도 귀와 머리가 쟁쟁거리고 있었다. 소녀는 입을 닦으며 주위를 살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손에서 놓은 기억이 없는 우산이었다. 우산은 이상하리만치 소녀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뒹굴고 있었다.

  “어...?!”

 자신도 모르게 입 밖으로 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어째서’라는 말은 밖으로 나오지 않고 머릿속을 돌아다녔다. 소녀는 우산에서 좀체 시선을 떼지 못한 채로 이해되지 않는 이 상황으로부터 시간이 멈춘 것처럼 굳어져 움직이지 못했다.

 그때였다!

  [찾았다!]

 그건 마치, 목소리가 비슷한 두 사람이 마이크에 대고 한 번에 뱉어낸 것 같은 소리였다! 소녀는 순간의 소리로 건전지를 다시 끼운 시계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등에서 한기가 느껴져 몸을 떨었다. 머리털이 곤두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녀는 고개를 들어 건물들의 위쪽을 서서히 훑어보았다. 그러는 중에도 무언가 갑자기 튀어나올 것 같은 생각이 자꾸만 들어서 죽을 만큼 무서웠다.

 그리고 소녀는 잠시 뒤에 발견했다. 어떤 사람을...! 그 사람은 소녀가 서 있는 곳의 오른 쪽 편, 2층짜리 할인 매장의 옥상 난간에서 소녀 쪽을 향해 서 있었다.

  “뭐...뭐야... 저건...?!”

 소녀의 눈에 들어온 그 사람은 차림새가 너무 이상했다. 마치 전문 패션쇼에서나 입는 평소에는 전혀 입을 것 같지 않은 그런 옷처럼 화려하고도 기괴한 패션이었다. 한번 보면 잊을 수는 없지만  전문지식이 없으면 말로 설명이 불가능해 보이는 그런 옷이었다.

  “대체 뭐야...”

  “...패션쇼라도 할 셈인가?”

 소녀는 스스로도 우스운 소리를 지껄이며, 난간위의 사람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 또는 그녀가 등 뒤에 메고 있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손잡이 같은 게 보이는 것이, 검이나 칼 혹은 몽둥이 같은 무기처럼 보였다.

  “설마...”

 소녀는 생각나는 말을 그대로 입 밖에 내고 있었지만, 전혀 그렇다는 것을 몰랐다. 이상한 소리를 들었고, 고개를 들었을 때는 이상한 인간(사실 인간인지 아닌지도 모르는)을 발견했다. 거기다가 그 사람은 무기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소녀는 ‘사실은 이건 영화 촬영 같은 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곧 그럴 리가 없다고 확신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것이 정말로 영화 촬영이었다면, 자신이 이곳으로 오는 것을 누군가가 제지 했을 것이며 촬영에 기본인 카메라나 감독 기타 장비나 사람들이 없을 리가 없었을 테니까!

  “그렇다면... 몰래카메라?”

 소녀는 여전히 예의 이상한 사람을 주시하며 멋대로 지껄이고 있었다. 그 사람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도통 알 수 없는 행색이라 정의를 내릴 수는 없었지만, 왠지 남자라고 생각되었다. 그 이유는 바로, 목소리 때문이었다. 어찌되었든 몰래카메라라고 가정한다면 거리가 조용한 것도 자신 말고 사람이 보이지 않던 이유도, 그 이상한 소리도 저 이상한 사람도... 모든 게 말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되기 시작했다. 소녀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중얼거리는 중에도 그 사람은 여전히 거기서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소녀 쪽을 향해 서 있었다.

  “그런 것이야 아무래도 좋지만...하-아-”

 소녀는 아까의 굉음 때문에 아직도 머릿속이 ‘웅웅’댔다. 그 때문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잠시 그 사람에게서  눈을 떼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다시 위를 올려다보았을 때는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그 사람이, 난간에서 뛰어 내렸다! 소녀는 여태껏 한 번도 질러 본 적이 없던, 그야말로 비명이라는 것을 내질렀다!

  “캬아아아~~~~!!!!”

 소녀는 비명을 지르면서 순간적으로 두 손으로 귀를 감싸며, 두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그리고 스스로의 비명 소리가 정말 크다는 사실에 놀라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몰래카메라일리가 없다는 생각과 함께, 곧 들려올 둔탁한 소리와 자신에게 튈 시체의 잔해와 피... 그리고 눈을 뜨면 펼쳐질 끔찍하고도 불행한 일에 대해서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젠 그 사람의 이상한 옷차림이나 지니고 있는 무기 같은 것은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다. 다만 궁금한 것은, 왜 이런 곳에서, 왜 하필이면, 자신의 눈앞에서 자살 따위를 하는 것인지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래서 동정은커녕 욕을 지껄일 뻔 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런저런 생각이 소녀의 머릿속을 괴롭혔다. 그러다가 문득 소녀는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둔탁한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소녀는 귀를 막고 있던 손을 서서히 내리면서 눈을 슬며시 떠 보았다.

 눈앞에 있는 것은 엉망으로 망가진 시신도, 할인 매장도 아니었다. 아니, 그보다도 자신이 있던 곳 자체가 아니었다. 햇살이 따갑게 내리쬐고 있었고, 발밑에는 잡초가 우거져 있었다. 아무리 보아도 평원인 것 같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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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고작 이정도의 분량을 한시간이나 걸려 쓰다니... 내공을 쌓을 필요가 있다는;;;

미라클님께 감사드립니다... 어흑.... 마우스 제한 풀어주셔서 무지막지하게 감사하고 있어요... ;ㅁ;)/

아... 지쳤어요... 재밌게 읽어주시구요... 틀린 철자가 있으면 코멘트 꾸욱~ 달아주세요 수정하겠습니다...

(전에 올린 적이 있지만 그건 예전에 지웠었고, 또 수정했거든요... 잘부탁 드려요~)

Author

Lv.1 소카진  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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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부탁합니다아~

Comments

Guava 2006.08.05 19:21
어익후 순간이동을 썻나
평원으로 가는 포탈을 열었구나
장하다
(릊)
Guava 2006.08.05 19:22
아직은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재밌겠군요.
마사루 2006.10.30 21:55
호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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