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봄, 인천 부평구의 한 새마을금고에는 삭풍이 휘몰아쳤다. 총무과장 A씨가 금고 돈을 담보 가치를 초과해 대출해주거나 대출 이자 중 일부를 챙겼다가 새마을금고 중앙회 검사에서 적발된 것이다. 중앙회는 그해 8월 A씨를 파면 조치하라고 해당 금고에 통보했다.
문제는 A씨의 상사였던 전무 B(62)씨였다. 중앙회는 B씨도 연루됐다고 보고 둘을 모두 중징계하려고 했다. 두 사람은 당시 이사장이었던 C(76)씨가 받아야 할 수당 420여만 원을 횡령하기도 했다. 하지만, B씨가 중앙회 검사가 진행되던 그해 7월 돌연 사표를 쓰고 금고를 떠나면서 징계를 할 수가 없었다.
1년여 뒤 기막힌 일이 벌어졌다. B씨가 2014년 11월 금고 최고 책임자인 이사장이 돼 돌아온 것이다. 어떻게 징계당할 뻔했던 인물이 화려하게 복귀할 수 있었던 걸까.
윤리 문제, 능력 부재에도 대의원 마음만 잡으면 '집권'
납득하기 힘든 상황을 이해하려면 동네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출 과정부터 살펴봐야 한다. 지역 금고는 선거를 통해 이사장을 뽑는다. 주로 동네 유지나 전직 시군구 의원, 새마을금고 직원 출신들이 출마한다. B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금고의 전체 회원은 1만여 명인데 이 가운데 극히 일부인 대의원 120여 명에게만 투표권이 있다. 이들의 마음만 사로잡으면 금고 운영권을 쥘 수 있다는 얘기다. B씨는 사표를 제출해 징계를 받지 않았던 터라, 회원이나 대의원들은 그가 금고를 떠난 정확한 사정을 알지 못했다.
B씨는 이사장 등극 이후에도 승승장구했다. 이후 두 차례 더 치러진 선거에서 당선돼 10년째 이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사이 검찰에도 한번 불려 갔지만, 끄떡없었다. 전임 이사장 C씨가 사문서 위조와 횡령 혐의로 B씨를 고소했는데, B씨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자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합의서를 써줬다. 덕분에 금융기관 직원이 해서는 안 될 일을 저지르고도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http://v.daum.net/v/20240120130003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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