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립스틱에 인도 아이들 '피눈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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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자르칸드주 불법 운모 광산에서 일하는 소녀들. 네덜란드 시민단체 테레 데스 호메스 제공

인도 북동부 자르칸드 지역의 한 운모 광산. 뜨거운 태양 아래 여덟 살 여자 아이 라리타 쿠마리가 작은 손에 도끼를 들고 광물 캐기에 한창이다. 머리카락은 땀과 먼지로 뒤엉켰고, 연녹색 원피스는 잿빛으로 더럽혀졌다. 주변에서 광산을 헤집고 다니는 노동자들 역시 열 살 전후의 아이들. 네 살부터 광산에서 일했다는 쿠마리는 “학교에 가고 싶고 친구들도 만나고 싶지만 집에는 늘 먹을 게 부족하다”며 “이곳에서 일하지 않으면 오늘도 굶어야 한다”고 지친 표정으로 말했다.

AFP 통신 등은 최근 “여성들의 얼굴을 반짝이게 만들기 위해 인도 아이들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고 아동 노동 현실을 전했다. 아이들이 캐낸 운모는 전 세계로 수출돼 립스틱, 아이셰도우 등 화장품의 펄(반짝이) 원료로 쓰이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세계적 화장품 기업인 로에알과 에스티로더가 인도에서 운모를 조달한다고 지적했다. 화장품을 고급스럽게 만들기 위해 2만여명의 인도 아이들이 학교에서 꿈을 키우는 대신 광산에서 땀과 눈물을 쏟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 환경은 더없이 참혹하다. 쿠마리가 일하는 광산에서는 최소 20명의 아이들이 맨손, 맨발로 일한다. 운모를 캐기 위해 3m 아래 구덩이로 내려가다 추락해 뼈가 부러지거나 매몰돼 숨지는 경우도 다반사다. 광산의 흙먼지와 광물 가루를 흡입한 아이들 대부분은 호흡기 질환에 시달린다. 목숨을 걸고 하루 12시간씩 일한 대가는 하루 300루피(약5,000원). 13세 여자 아이 푸쉬파 쿠마리는 “나도 운모가 립스틱과 파우더에 쓰여 여성들을 빛내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그런데 그들이 내게 한 짓은 이렇다”고 눈물을 흘렸다.

인도네시아 여자 아이가 담배 농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 휴먼라이츠워치 제공


아동 노동에 연루된 글로벌 기업들

인도는 매년 15만~20만명의 아이들이 ‘아동 노동자 거래 시장’에서 단돈 1,000루피(약 1만7,000원)에 팔리는 아동 인권의 사각지대다. 하지만 이는 전세계 아동 노동자 규모의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세계 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5~17세 아이들 중 1억 3,400만명이 노동에 종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절반 가량인 6,500만명은 노예노동, 매춘, 전쟁 등 ‘가혹한 형태의’ 노동에 동원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올해는 글로벌 기업들이 줄줄이 아동 학대 의혹을 받았다. 최근 스웨덴 출신 저자들은 ‘패션 노예들’이라는 책에서 “패션기업 H&M의 미얀마 제조공장에서 14세 전후 청소년들이 하루 12시간씩 일하며 겨우 3달러를 받는다”고 폭로해 파장을 일으켰다. 저자들은 “서방은 저렴한 옷들로 모든 이들이 유행을 따를 수 있게 돕는다고 주장한다”면서 “하지만 의류업체가 어떻게 이런 옷을 생산하는지, 노예 공장과 아동 노동의 실태를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비판했다.

주로 남성들의 기호품인 담배에도 아이들의 고된 노동이 담겨 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담뱃잎 수출국인 인도네시아의 50만 담배농장 가운데 상당수에서 아동을 고용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특히 담뱃잎 수확 과정에서 니코틴이 피부를 통해 흡수되며 상당수 아이들이 어지럼증과 구역질 등 니코틴 중독에 시달린다. 휴먼라이츠워치 관계자는 “아동 노동으로 생산된 담뱃잎 25%가 글로벌 담배업체의 상표를 달고 전세계로 팔려나간다”며 “미국이나 영국에서 던힐이나 럭키스트라이크를 소비하는 건 아동 노동으로 만들어진 제품을 소비하는 것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국내 기업도 아동 착취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지난 1월 “콩고 어린이들이 캐낸 코발트가 애플, 소니, 삼성 등 글로벌 IT기업으로 흘러간다”고 주장했다. 코발트는 스마트폰과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다. 아동 노동이 이뤄지는 콩고 동판 광산의 소유주는 중국 ‘하아유 코발트’사인데, 대부분의 글로벌 IT기업이 이 회사와 거래한다. 앰네스티는 “7살짜리 어린이가 등도 펴지 못할 정도의 무거운 짐을 나른다”며 “일부는 회사가 배치한 감시요원에 두들겨 맞고 있다”고 실태를 전했다.


가난의 악순환과 글로벌기업의 책임

세계 곳곳에서 지금도 아동 노동이 버젓이 이뤄지는 이유는 기업들의 탐욕 때문이라는 게 시민단체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윤리적 책임이 큰 글로벌 기업들마저 비용 절감을 위해 헐값에 아이들을 고용하는 개발도상국 하청업체와 계약을 맺고 있다는 것이다.

가난에 지친 가족들도 아이들을 노동 현장에 몰아 넣는다. 인도 운모 광산에서 10세 전후의 두 딸과 함께 일하는 한 여성은 “식구들 10명을 먹이고 입히고 병원에 데려가기 위해선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릴 때 읽기 쓰기 등 기본적 교육을 받지 못한 아이들은 어른이 돼서도 안정적 직업을 구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이들의 자녀들도 어릴 때부터 일터에 나가며 가난의 악순환에 빠진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글로벌 기업들도 아동 노동을 배제하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에스티로더와 로레알은 인도 운모 광산 지역에 학교를 지으면서 가족들이 아이들을 광산 대신 학교에 보내도록 독려하는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삼성과 H&M 측은 아동 학대 의혹이 불거지자 “아동 노동 등 인권 침해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며 “관련 협력회사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윤리적 책임을 지닌 글로벌 기업들이 문제가 터진 후 사후약방문식 처방만 거듭하고 있다며 선제적 대응을 요구한다. 국제앰네스티의 마크 더멧 조사관은 “전세계에서 수천억달러를 벌어들이는 기업들이 자사 제품에 쓰이는 원자재가 어디서 나오는지 점검도 하지 않고 있다”며 “기업이 원자재의 생산지와 공급자에 대해 점검하고 그 정보를 공개하도록 규정하는 법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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