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리스트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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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고 장자연 씨의 문건으로 소문으로만 떠돌던 연예계의 고질적인 병폐가 다시 한 번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술자리 강요는 물론 감금 폭행과 성 상납까지. 또 장 씨의 문건 가운데는 실명이 적힌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까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파문은 더욱 확산되고 있습니다. 화려하게만 보이는 연예계에선 실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 내막을 들여다 봤습니다.
<리포트>
3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는 드라마 ‘꽃보다
남자’입니다. 여주인공을 괴롭히는 악역을 맡아 개성 있는 연기를 보여줬던 장자연 씨. 3년여의 무명 생활 끝에 이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故 장자연 : “시청자들에게 감초 조연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는, 그리고 재미와 웃음을 드릴 수 있는.”
하지만, 지난 7일... 29살의 이 여배우는 돌연 극단적인 방법으로 짧은 생을 마쳤습니다. 경찰이 밝힌 사인은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 이때까지만 해도 다른 연예인 자살 사건처럼 ‘단순자살’로 마무리되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죽음을 둘러싼 의혹은 꼬리를 물고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엿새 뒤 고
장자연 씨는 생전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여론의 집중 조명을 받게 됩니다. 바로 장 씨가 남긴 문건이 공개됐기 때문입니다.
<녹취> 13일/14일. KBS 9시 뉴스 : ‘자살한 탤런트 장자연 씨가 숨지기 직전에 남긴 자필 문건을 KBS가 단독 입수했습니다 / 추가로 입수한 문건에는 유력인사의 이름 등 새로운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그 안에는 충격적인 내용이 가득했습니다. 신인배우로서, 또 한 여성으로서 감당할 수 없었던 고통의 순간이 진술서 형식의 문건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술자리 강요와 성 접대. 그리고 감금 폭행까지 소문으로만 떠돌던 연예계의 치부가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아나운서 대독> “2008년 9월경 신문사 유력인사와 룸살롱 접대에 저를 불러서 잠자리 요구를 하게 만들었습니다. 모 대표님 생일날 김모 사장님이 술을 많이 드시고 저를 방안에 가둬놓고 손과 페트병으로 머리를 수없이 때리면서...온갖 욕설로 구타를 당했습니다. 그리고 밖에 사람들이 있으니까 눈물 닦고 나오라며 바로 대리운전을 불러 집에 보냈습니다.”
기획사가 모든 비용을 신인 배우에게 부담시키는가 하면, 해외 골프 접대까지 강요하기도 했습니다.
<아나운서 대독> : “제가 모 드라마를 촬영할 때에는 진행비를 저에게 부담시켰고, 이것도 모자라 매니저 월급 및 스타일리스트비, 미용실비 모든 걸 제가 부담하게 강요하여 제 자비로 충당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감독님이 태국에 골프 치러 오는데 드라마 스케줄 빼고 태국으로 와서 술 및 골프 접대를 요구했습니다. 그 요구를 제가 응하지 않자 차량도 니 돈으로 렌트해서 타고 다니시라고 매니저에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문건에는 장 씨의 출연료를 착취한 듯한 내용은 물론 정신적 고통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도 등장합니다.
<아나운서 대독> “저는 김사장님 회사에 계약되어 일하고부터 모 영화에 출연하고도 1550만원 중 300만원만을 받았고, 끊임없는 사장님 지인과의 술 접대 강요를 받았으며 그렇게 지내면서 저는 이로 인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각종 협박에 시달려야 했던 나약하고 힘없는 신인 배우는 절규하듯 괴로움을 토로했습니다.
<아나운서 대독> “저는 배우의 꿈을 갖고 살고 있습니다. 그 꿈을 위해 사장님의 돈 접대 강요 및 반복되는 욕설과 또 구타를 견뎌야 했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동거하고 있는 언니까지 사장님의 폭언과 욕설과 협박을 당했습니다. 저는 술집접대부와 같은 일을 하고, 수 없이 술 접대와 잠자리를 강요받아야 했습니다. 저는 나약하고 힘없는 신인배우입니다.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유력 신문사 간부와 기획사 대표, 드라마 감독 등. 고 장자연 씨 문건엔 성 상납이나 술 접대 등과 관련된 유명 인사들의 실명이 등장합니다. 이 문건이 공개되자 경찰은 부랴부랴 재수사에 나섰습니다.
<인터뷰> 오지용 (분당경찰서 형사과장/지난 14일) : “문건 내부에 범죄 사실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수사 전담팀을 꾸려 적극적으로 수사에 착수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뒷북 수사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장자연 문건에 실명이 포함됐는지 여부를 놓고 수차례 말 바꾸기를 해 논란을 빚기도 했습니다.
<녹취> 오지용 (분당경찰서 형사과장/지난 15일) : “몇 명의 실명이 거론돼 있지만, 사실 관계 확인 이전이므로 현재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녹취> 오지용 (분당경찰서 형사과장/지난 18일) : “현재 경찰은 (명단을) 안 갖고 있습니다. 일부 진술을 갖고 있습니다.”
또, 장 씨의 전 매니저의 말만 믿고 추가 복사본이 없다고 섣불리 단정 짓는 등, 유력 인사가 포함돼 있어 사건을 축소하려 한다는 의혹까지 사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7일 장 씨의 유족들은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에 포함돼 있거나 장씨가 실제 접대했다고 증언한 인물 등 4명을 성매매 특별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이들 4명은 유력 신문사의 고위 인사와 IT업체 대표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렇다면, 장자연 씨가 남긴 문건의 내용은 사실일까? 연예계의 오래되고 또 은밀하게 이뤄져 온 관행을 미뤄볼 때 사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획사들이 광고주나 제작자들에게 전방위 로비를 펼치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 된 지 오랩니다. 그 과정에 일부 기획사가 소속 연예인의 캐스팅을 따내기 위해 여전히 술 접대와 성 상납을 한다는 게 연예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증언입니다.
<녹취> 연예기획사 매니저 : “잠자리 요구하죠. 그래야, 출연시켜주겠다. 주인공 시켜주겠다. 아니면 대 놓고 금품 요구한다거나 그런 경우 분명히 있죠.”
(그런 거 요구하는 게 비일비재한가요?)
“있죠. 술자리 가지면 농담이라도 한마디 꼭 던지죠. 오늘 되게 예뻐 보이네. 이런 농담할 수 있죠. 매니저나 아니면 업계 관계자들이 발 빠르게 눈치채서 응해 주는.”
연예계는 로비를 펼치는 기획사와 로비를 받는 프로그램 제작사나 영화사 관계자가 먹이사슬처럼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녹취> 연예 기획사 관계자 : “직접적으로 예전에는 룸살롱을 통한 향응이나 접대가 이뤄졌다고 하면 지금은 비밀이 보장되는 일 대 일 개인간의 만남 위주로 많이... 지금은 매니지먼트 회사 자체 내에서 할 수 있는 것도 있고, 그들이 은밀하게 만날 수 있는 제 3의 장소도.”
상대적으로 약자의 입장에 설수 밖에 없는 신인 배우들은 기획사가 주선하는 술자리나 성 접대를 거절하기 힘듭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한 번 그 길로 들어서면 빠져나올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증언입니다.
실제로 현재 활동중인 신인 여배우를 취재진이 직접 만나봤습니다. 한 대형 기획사와 계약을 맺고 3년여 동안 활동했던 김 모 씨. 기획사에서 겪은 일은 아직도 악몽처럼 남아 있습니다. 출연을 미끼로 술자리와 성 접대 요구가 집요하리만큼 이어졌다고 말합니다.
<녹취> 신인 여배우 : “잠자리를 해야된다. 아니면 룸살롱 가고 술 접대해라. 같이 재밌게 놀아줘라 그러면 그럴 거면 제가 룸살롱 가지 여기 왜 있겠습니까? 그런 식으로 노골적으로 많이 말씀하시더라고요.”
김 씨는 인간적인 모멸감까지 느껴야 했다고 고통스런 순간을 어렵게 털어놓습니다.
<녹취> 신인 여배우 : “저는 사람이 아니에요. 투명 인간이죠. 제 앞에 대 놓고 ‘다른 연예인들 누군 어쨌네 저쨌네. 누구는 같이 자 봤는데 어떻더라’ 이런 소리까지 다 하시니까. 그게 너무 싫어서.”
<녹취> 신인 여배우 : “드라마 OOO 들어가는 거 그게 OOO에서 했었잖아요. 그게 제 역할을 고정으로 넣어주신다고 하셨는데, 점점 저한테 요구하시는 게 있으신 거에요.”
심지어 일부 기획사들은 '접대용 신인'을 따로 두고 관리하기도 합니다. 얼굴 마담은 유명 여배우가, 성 접대처럼 궂은 일은 신인급 연예인의 몫이라는 설명입니다.
<녹취> 연예기획사 대표 : “신인한테 많은 에너지와 돈을 들여서 투자하기 힘드니까 그런 친구들은 거의 대부분 기회를 제공한다는 빌미로 술시중이나 그런 자리에 끌어들여서.”
하지만, 이들은 이용만 당할 뿐 정작 출연의 기회를 잡기는 쉽지 않습니다.
<녹취> 연예기획사 대표 : “성 접대함으로써 돌아올 수 있는 출연 기회나 그런 것들을 보장받지 못하고, 그런 건 다른 신인이나 아니면 자사에 있는 탑 배우들에게 광고권이 돌아가게끔 혹은 회사의 영업력을 확대시키는 데 사용하고 이용하는 거죠.”
이 때문에 시간이 흘러도 얼굴을 알리지 못한 이른바 ‘중고 신인’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나락의 길로 내몰릴 수 밖에 없습니다.
<녹취> 연예기획사 매니저 : “결국에 가서 나중에 소속사 내지는 본인 스스로 선택하는 길, '스폰'이라든지 성 상납이라든지, 아니면 돈을 대고 배역을 산다든지 이런 방법들을 많이 택하고 있어요.”
규모가 작은 연예 기획사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녹취> 연예기획사 관계자 : “스타가 없어서 신인들 어떻게 끼워넣기 할 수 있는 옵션제 방법 없다보니까 정말 이상한 방법들 많이 쓰게 되고, 뒷거래 성상납. 이런 것들이 계속..”
연예계의 뒷거래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수입이 거의 없는 신인급 연예인들에게는 후원자를 뜻하는 ‘스폰서’계약이 강요됩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녹취> 연예기획사 매니저 : “한 10억 정도 투자가 되면, 투자자금이 필요하다고 하면 50% 이상 책임질 테니, 그런 친구를 소개시켜 달라는...제가 했던 배우를 스폰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어떤 정재계 있으신 분들이 저한테 전화한 적도 있어요.”
생활비는 물론 성형수술 등 가꾸고 치장하는 비용을 스폰서의 재력에 기대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녹취> 연예기획사 대표 : “관리하고 수술하고 스타일 꾸며야 되고 그런 비용들을 스폰서를 통해서 대납을 받기도 하고, 스폰서가 광고시장에 상당한 영향력이 있어서.”
<녹취> 신인 여배우 : “스폰서를 붙이는 거죠. 그래서 내가 돈 내주기 싫으니까 네가 하고 싶은 거니까 몸이라도 팔아서 가서 돈을 충당해서 네가 가꿔서 그렇게 떠라. 다리만 놔준다. 대형 기획사에서도.”
이들 스폰서들은 영화와 방송, 광고계는 물론 정재계까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고 연예계 종사자들은 말합니다.
<녹취> 연예기획사 관계자 : “감독이나 그 외에는 외주 제작사의 제작자들, 광고 쪽에서는 광고 대행사 대표들. 그리고 광고주들..”
심지어 이들을 서로 연결해주는 전문적인 브로커까지 존재합니다.
<녹취> 연예기획사 대표 :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브로커인데. 한 50대 중반 정도 되는데 프로필을 갖고 다녀요. 조그만 수첩을 갖고 다니면서, 얘는 얼마 얘는 얼마.”
20여 년 동안 연예계를 취재하며 곁에서 지켜본 김동성 씨의 설명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인터뷰> 김동성 (소설 ‘스폰서’ 저자) : “소위 권력층 인사들이 자연스럽게 이쪽으로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6개월 동안 월 천만 원씩 준다. 토요일 날 어디 데려가겠다 하면 목요일쯤에. 그게 계약서에.”
서울의 한 방송아카데미. 십여 명의 수강생들이 진지하게 수업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음악을 전공했지만, 연기자의 꿈을 버리지 못했던 23살 현은별 씨. 고민 끝에 4개월 전부터 연기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현은별 (수강생) : "정말 꿈꾸던 세계는 저 멀리 있잖아요. 열심히 하는 수 밖에 없는 거 같아요. 포기하지 않고 몸으로 부딪히고 발로 뛰고."
쉽게 열리지 않는 문이지만, 이들 대부분은 오로지 꿈과 순수한 열정만으로 도전에 나섰습니다.
<인터뷰> 이하나 (수강생): “TV에 나오면 좋겠다 생각에 계속 하고 있는데, 저는 그냥 주인공보다 주인공을 받쳐 줄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이송현 (수강생) : “돈 벌고 연기를 좀 하려고 했는데 안 되겠으니까 일하는 것도 포기하고 다시 연기자가 하고 싶어서.”
서울 시내 이런 대형 학원만 대여섯 곳. 여기에 매년 관련 대학 졸업생 만여 명과 스타를 꿈꾸는 청소년들까지 합치면 그 숫자는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수준입니다.
<인터뷰> 최정환 (변호사) : “많은 청소년들이 연예인이 되고 싶어 하고, 실제로 많은 젊은이들이 연예인이 되려고 굉장히 노력해요. 그런데 그들을 보호해주고 그들을 진짜 좋은 배우, 좋은 연기자로 키워 나가도록 하는 장치가 전혀 없다는 거죠.”
기획사 역시, 사업자 등록증만 내면 운영할 수 있어 우후죽순처럼 늘고 있습니다.
현재 대형 업체는 50여 곳이지만 군소업체까지 합칠 경우 수백 곳에 이릅니다.
이러다 보니 영세 기획사들은 사업 확장을 위해 성 접대와 스폰서 등의 유혹에 취약할수 밖에 없습니다.
또 연예계에서 끊이지 않는 이른바 ‘노예계약’도 문제입니다. 일부 기획사의 경우 계약금의 최고 5배까지 배상하게 하는 등, 지난해에도 불공정 계약으로 35개 업체가 공정위의 시정명령을 받았습니다.
<인터뷰> 최정환 (변호사) : “”부당한 행위를 강요하는 경우, 또 이번 문제된 것처럼 성상납을 실제 강요한다는 게 있는 경우, 그 매니지먼트사의 등록을 취소할 수 있게끔 행정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 줘야 되고.“
장자연 씨 문건으로 다시 한 번 모습을 드러낸 연예계의 치부.
<녹취> 신인 여배우 : “저는 일개 나약한 힘없는 신인배우입니다. 이 말이 진짜 가슴에 와 닿았어요. 그런데 정말 저희가 맨날 하는 말이거든요. 저희는 정말 힘없고 나약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오직 꿈 하나 가지고 이만큼 해서 힘들어도 참고 사는 신인배우라고.”
검찰은 지난 2002년에 연계기획사의 정,재계 성 상납 의혹을 수사한 바 있지만 의혹을 제대로 밝히지 못한 채 수사를 마무리한 바 있습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인물인 김모씨 역시 당시 성 상납 의혹 때문에 내사를 받은 전력이 있습니다. 장자연 씨 죽음에 대한 수사가 이번에도 흐지부지 끝난다면 또 다른 비극이 잉태될 수 있습니다.
 
[사회] 정성호 기자
입력시간 : 2009.03.22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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